징비록(懲毖錄)의 교훈과 21세기 동아시아 국제질서 및 베세토·아중해튜브

‘징비록(懲毖錄)’이라는 말은 < 시경> 소비편(小毖篇)에 적혀 있는 “내가 지난 잘못을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予其懲而毖後患)”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류성룡은 징비록에서 “난중의 일은 부끄러울 따름이다.”라고 적었는데, 스스로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이 책을 저술한 것으로 1592년(선조 25)부터 1598년까지 7년에 걸친 전란의 원인, 전황 등을 기록한 책이다.
류성룡은 < 징비록>에서 조선이 제일 잘못한 게 일본 정황을 잘 알지 못했다는 것임을 반성했다. 그래서 서문에 “신숙주의 유언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100년간 일본이 변하는 걸 우리가 몰랐고, 그래서 화(禍)를 당했다”고 썼다.
< 징비록>에서 류성룡은 특히 세 가지를 명심하라고 했다. 첫째, 한 사람의 정세 오판으로 천하의 큰일을 그르침을 경계하는 것, 둘째 지도자가 군사를 다룰 줄 모르면 나라를 적에게 넘겨준 것과 같다는 것, 셋째 유사시 믿을 만한 후원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숙주의 < 해동제국기>와 류성룡의 < 징비록>이 말하는 요지는 ‘자강(自彊)과 유비무환’이다. ‘환란이 닥치기 전에 스스로 힘을 길러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체이다. 신숙주의 외교 유화책과 국론통일 지적에도 불구하고 120년 후에는 결국 임진왜란을 맞게 되고, 류성룡은 다시는 이런 환란을 겪지 않도록 경계하라고 < 징비록>을 남겼지만 훗날 조선은 일본의 강제병합을 막지 못했다. 

지정학과 근현대 동아시아 역사에서 본 교훈과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지 않는 방법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부딪치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이 두 세력들이 패권경쟁을 벌여온 곳이다. 2천 년간 동아시아의 패권국 역할을 하며 주변국들을 자국 중심의 중화체제 속에서 인식해온 중국은 대표적인 대륙세력이다.
이에 반해, 중국의 중화체제에 대응하는 자국만의 중화체제를 만들어 동아시아의 새로운 강자를 꿈꾸었던 일본은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해양세력이다. 한반도는 전통적으로 대륙세력인 중국에 속해 있었지만, 해양세력인 일본은 대륙으로의 진출을 위해 한반도를 교두보로 삼고자 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는 수세기 동안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으로 그 대상만 바뀌었을 뿐 패권국들의 격전지가 돼왔다. 동북아 지역내 대화와 협력의 틀을 정착시키기 위해 상호신뢰의 기반을 마련하여 한다. 베세토튜브(besetotube)와 같은 동북아 평화협력 틀에 적합한 분야를 발굴하고 상호 보완관계를 통하여 한·일·중 3국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아시아 전체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협력 프로젝트가 요구된다.

Translate(翻譯)»
툴바로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