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만 씌우면 전기차가 된다?…사활 건 전기차 플랫폼 전쟁

현대차, ‘껍데기’만 바꾸면 원하는 전기차 다 만든다…美 카누와 계약

[중앙일보] 입력 2020.02.12 15:36

카누가 개발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 필수요소를 최소화, 경량화해 상부 차체만 바꾸면 다양한 전기차로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껍데기만 바꾸면 원하는 전기차가 된다.”

전동화(Electrification)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필요에 따라 외형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전기차 플랫폼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내년 첫 양산차가 나오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이어, 해외 전기차 전용 플랫폼 업체와 손잡고 이른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urpose Built Vehicle)’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LA 카누 본사에서 파예즈 라만(왼쪽) 현대·기아자동차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 전무와 울리히 크란츠 카누 대표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카누(Canoo) 와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상용 스마트 전기 플랫폼 업체인 영국 어라이벌에 1억 유로(약 129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두 번째 전기차 플랫폼 협업이다.

플랫폼은 자동차의 구동계와 현가장치(서스펜션) 등 기본 골격을 말한다. 과거엔 차량 별로 뼈대가 모두 달랐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표준화한 플랫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플랫폼 하나로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소형차에서 중형차에 이르는 다양한 차량을 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 시대에는 플랫폼이 더 중요해졌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필요한 엔진이나 구동축 등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구동 모터, 현가장치만 있으면 돼 내부를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카누와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 기반의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껍데기만 바꾸면 전기차?현대차 전동화 플랫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우선 일반 승용차에는 자체 개발한 e-GMP 플랫폼을 활용한다. 올해 폴크스바겐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를 기반으로 첫 양산차인 ID.3를 선보인다. 도요타도 e-TNGA 플랫폼 기반 신차를 선보이며, GM은 EV3라는 전용 플랫폼을 이미 만들었다.

e-GMP 플랫폼은 주행거리가 경쟁 플랫폼보다 길고 4륜구동과 더 효율적인 충전방식을 적용한다. 완성차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이 기존 경쟁사 플랫폼보다 한 세대 앞선 것이라고 평가한다.

카누와 공동 개발하는 플랫폼은 PBV 전용으로 활용한다. 카누는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납작한 뼈대에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을 표준화한 모듈 형태로 올리는 플랫폼을 만든다. 플랫폼의 크기와 무게, 부품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비용도 줄이는 게 특징이다.

PBV 서비스에 맞게 플랫폼 위에 다양한 구조의 상부 차체만 올리면 여객이나 물류, 이동식 매점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플랫폼의 길이도 자유자재로 확장할 수 있다.

어라이벌은 미국 대형 운송업체 UPS에 1만대의 상용 전기차 공급 계약을 맺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 어라이벌]

앞서 지분 투자한 어라이벌과는 상용 스마트 전기차를 개발한다. 어라이벌은 이미 미국 대형 운송업체인 UPS와 1만대의 전기차 공급 계약을 맺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어라이벌과 도심형 밴(VAN)이나 소형 버스 등 상용 목적에 특화한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혁신적인 전기차 아키텍처 분야의 기술력을 갖춘 카누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개척자로 변모하기 위한 완벽한 파트너”라며 “카누와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대량생산에 최적화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9조7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풀 라인업을 갖추고 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폴크스바겐·현대차·GM “전기차 플랫폼 잡아라”

지난달 ‘오토 상하이 2019’에서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전기 SUV ‘ID. 룸즈’ 컨셉트카를 소개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 차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오토 상하이 2019’에서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전기 SUV ‘ID. 룸즈’ 컨셉트카를 소개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 차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오토상하이 2019’에서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MEB(Modulare E-Antriebs-Baukasten)’ 플랫폼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연 6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폴크스바겐, 중국에 MEB 제공
누구나 전기차 생산할 수 있어
미래차 주도권 놓고 경쟁 치열
GM·현대차도 플랫폼 내놔

이 차에는 폴크스바겐의 ‘VW’ 로고가 달리지 않는다. 중국 합작사인 상하이기차(SAIC)·이치기차(FAW)가 MEB 플랫폼을 이용해 생산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개발비용을 줄이기 위해 플랫폼을 공유한 적은 있지만, ‘오픈 플랫폼’을 제공하는 건 MEB가 처음이다. 폴크스바겐이 막대한 돈을 들여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을 다른 완성차 업체에 제공하는 건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플랫폼은 자동차의 뼈대 역할을 하는 기본구조다. 최근엔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는 ‘모듈러(modular)’ 방식이 대세다. 개발비용을 아끼고 부품도 공유할 수 있어 폴크스바겐·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에서도 모듈러 플랫폼을 적용 중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필요한 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구조부터 달라서다. 전기차엔 내연기관차의 엔진·변속기·구동축 같은 부품이 필요 없는 대신, 바닥에 배터리팩이 깔릴 자리가 필요하고 앞뒤에 전기모터가 놓일 공간이 있어야 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선두주자는 미국 테슬라다. 처음부터 전기차용 플랫폼으로 개발한 덕분에 내년 출시 예정인 ‘모델Y’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기지만 넉넉한 7인승의 탑승공간을 갖췄다.

현대차도 ‘E-GMP’ 플랫폼으로 내년 첫 양산차를 선보인다. [AP=연합뉴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9월 ‘일렉트릭 포 올(Electric For All)’ 전략을 선포하고 전기차 회사로 변신을 선언했다.  MEB 플랫폼으로 향후 10년 동안 70종, 22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은 ‘오픈 플랫폼’ 전략으로 전기차의 하드웨어 격인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와 애플이 운영체제(OS)와 플랫폼을 제공하고, 제조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미래 차 시장의 또 한 축인 자율주행 분야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구글(웨이모)·바이두(아폴로), 인텔·모빌아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격인 자율차 플랫폼에 이어 전기차 플랫폼마저 뺏기면 단순 조립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GM·현대차도 전기차 플랫폼 경쟁=전기차 ‘볼트’와 자율주행 플랫폼 ‘크루즈’로 미래 차 경쟁에 대비하는 미국 GM은 3세대 전기차 플랫폼 ‘EV3’를 기반으로 2021년 새 전기차를 선보인다.

2023년까지 2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인데, 첫 전기차는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에서 나온다. 스티브 칼라일 캐딜락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캐나다 오토모티브뉴스와 인터뷰에서 “캐딜락은 GM 브랜드 최초로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19’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 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했다. 내년 E-GMP 기반의 첫 양산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후륜구동 기반인 MEB와 달리 4륜구동 기반으로 설계됐고,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의 대세인 SUV에 최적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nag.co.kr


껍데기만 씌우면 전기차가 된다?…사활 건 전기차 플랫폼 전쟁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9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MEB(Modulare E-Antriebs-Baukasten)’ 플랫폼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연간 6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9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폴크스바겐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룸즈’ 컨셉트카를 소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완성차 업체들에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을 공급해 내년부터 60종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이 차에는 폴크스바겐의 VW 로고가 달리는 게 아니다. 폴크스바겐의 중국 합작사인 상하이기차(SAIC)와 이치기차(FAW)가 MEB 플랫폼을 이용해 전기차를 개발·생산한다.

지금까지 완성차 업체가 개발비용을 줄이기 위해 플랫폼을 공유한 적은 있지만, ‘오픈 플랫폼’으로 제공되는 건 MEB가 처음이다.

폴크스바겐이 엄청난 돈을 들여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다른 완성차 업체에 제공하는 건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다.


플랫폼은 자동차의 기초 뼈대 역할을 하는 기본구조다. 최근에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는 ‘모듈러’ 방식이 대세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해치백 모델까지 만들 수 있다. 개발비용을 아끼고 부품을 공유할 수 있어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모듈러 플랫폼을 적용해 재미를 봤다.

지난해 9월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이 전기차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것이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사진 폴크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필요한 건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는 구조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의 엔진룸이나 변속기, 구동축 같은 부품이 필요 없는 대신, 바닥에 배터리 팩이 들어갈 자리가 필요하고 앞뒤에 전기모터가 놓일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예컨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의 전기 SUV ‘코나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돼 엔진룸 공간은 남고 플로어(차체 바닥)는 내연기관차보다 높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하면 전기차에 맞는 효율적인 설계가 가능해진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선두주자는 미국 테슬라다. 전기차 업체로 시작한 테슬라는 전기차용 플랫폼만 갖고 있다.

내년 출시 예정인 유틸리티차량 ‘모델Y’는 이런 구조 덕분에 중형 SUV 크기지만 넉넉한 7인승의 탑승공간을 뽑아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지난 3월 공개한 ‘모델 Y’.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덕분에 작은 차체에도 넉넉한 7인승의 탑승공간을 만들 수 있다. [AP=연합뉴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9월 ‘일렉트릭 포 올(Electric For All)’ 전략을 선포하고 전기차 회사로 변신을 선언했다. MEB 플랫폼을 통해 향후 10년 동안 55종, 15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올 초엔 계획을 변경해 70종, 2200만대로 확대했다. 이 같은 배경엔 ‘오픈 플랫폼’ 방식의 사업 전략이 숨어있다.

이른바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MaaS·Mobility as a Service)’ 시대의 전략이다. 그룹 산하 브랜드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에 MEB를 제공해 ‘플랫폼 사업자’로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와 애플이 운영체제(OS) 플랫폼을 제공하고, 제조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미래 차 시장의 또 다른 축인 자율주행 분야에서 폴크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는 구글(웨이모), 바이두(아폴로), 인텔·모빌아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드웨어’ 격인 전기차 플랫폼마저 뺏길 경우 ‘조립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플랫폼 전쟁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GM은 새 전기차 플랫폼인 EV3를 이용해 2021년 고급차 브랜드인 캐딜락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 캐딜락]

전기차 볼트와 자율주행 플랫폼 ‘크루즈’로 미래 차 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3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EV3’를 기반으로 2021년 새 전기차를 출시한다.

GM은 2023년까지 EV3 플랫폼을 기반으로 20종의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인데, 첫 전기차는 고급차 브랜드인 캐딜락에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스티브 칼라일 캐딜락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캐나다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캐딜락은 GM 브랜드 최초로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19’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 Global Modular Paltform)’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E-GMP를 기반으로 한 첫 양산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 정확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후륜구동 기반인 MEB와 달리 4륜구동 기반이며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 대세인 SUV에 최적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1월 ‘CES 2019’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모빌리티 시대의 디자인 철학인 ‘스타일 셋 프리’를 선보였다.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자동차는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현대·기아차, 영국 ‘스케이트 플랫폼’ 전기차에 1억 유로 투자

영국 전기차업체 어라이벌의 ‘스케이트 플랫폼’ 이지미.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가 영국 전기차 전문업체 어라이벌에 1290억원을 투자하고, 소형 상용 전기차 개발에 나선다. 가격 경쟁력 있는 상용 전기차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와 어라이벌은 16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과 데니스 스베르드로프 어라이벌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기차 공동개발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기아차가 영국 전기차업체 어라이벌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왼쪽부터 아비나시 러구버 어라이벌 CSO, 데니스 스베르드로프 어라이벌 CEO,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 현대차 상용사업본부 이인철 부사장.[사진 현대차그룹]

2015년 설립한 어라이벌은 밴(Van)·버스 등 상용차 중심의 전기차 개발 전문 기업이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제조 기술을 갖고 있으며, 영국을 비롯한 미국·독일·이스라엘·러시아에 공장과 연구개발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전기차 배터리·모터를 모듈화해 스케이트보드 모양 플랫폼에 탑재한 뒤, 그 위에 다양한 구조의 차체를 올리는 구조다. ‘레고 블록’처럼 단순화한 제조 방식으로 소비자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 차량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원가 절감 효과도 있다.

지영조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 사장은 “이번 투자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의 일환”이라며 “급변하는 친환경 자동차 시장 대응을 위해 어라이벌과 같은 기술력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8000만 유로(약 1030억원)과 2000만 유로(약 260억원)를 어라이벌에 투자한다.

데니스 스베르드로프 어라이벌 CEO는 “어라이벌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차세대 전기차 제품군을 개발 중”이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품질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기아차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전 세계에 차세대 전기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어라이벌의 특화된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기술과 현대·기아차의 대규모 양산 차 개발 역량을 결합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기차 생산과 동시에 카 헤일링(호출형 차량공유 서비스), 수요 응답형 셔틀 서비스 등 유럽 모빌리티 업체에 소형 전기차를 공급할 계획이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유럽은 환경 규제 확대로 인한 친환경 차의 급속한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어라이벌과 상용 전기차 공동 개발을 시작으로 글로벌 친환경 시장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에 1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지난해 9월엔 유럽 최대 초고속 충전업체 아이오니티(IONITY)에 투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Post Author: beseto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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