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섹터와 시민사회론 그리고 베세토튜브

  1. 제3섹터의 정의와 한국의 상황
  2. 시민사회론(市民社會論)
  3. 22세기 한반도 구상과 베세토튜브 

  1. 제3섹터의 정의와 한국의 상황

공공성 위기의 시대, 제3섹터에 주목하라!

정부(제1섹터)와 시장(제2섹터) 사이의 대안적 영역을 가리키는 제3섹터는 다소 생소한 용어이지만 오랜 기간 조합이나 비영리조직(non-profit organization)의 형태로 정부와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왔다. 최근 들어 글로벌화, 경제위기, 인구고령화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자본주의적 모순을 해결할 한 가지 대안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각 나라의 역사와 상황에 따라 성격을 달리 하며 발전해온 제3섹터는 한국에서도 꾸준한 발전의 역사를 찾을 수 있으며 지금은 사회적 목적에 따라 영리 추구도 가능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새로운 형태의 조직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변화된 현실에 맞추어 개념 확장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사고와 그 해결 과정은 우리에게 공공성(公共性)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며 정부는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또 기업은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지 성찰하여야 한다.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된 개인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의 실패와 시장의 실패로 인한 공공성의 위기는 제3섹터라는 화두를 우리에게 던진다. 정부영역과 시장영역을 감시·견제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중간 영역에서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제3섹터의 역할과 속성이 공공성 위기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3섹터의 개념과 그 역사 등을 짚어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으며 현재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공공성에 부합하는 규범과 원칙을 환기시켜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게 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데 제3섹터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의 제3섹터가 걸어온 길

제3섹터는 각 나라의 역사적 상황에 따라 고유의 형태를 띠며 발전해왔으며 한국의 비영리활동은 신라시대 초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계, 두레, 향약 등 전통적 상호부조활동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으나 본격적인 의미의 비영리조직은 근대화와 더불어 발생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기독교 전래와 깊은 연관을 맺었다는 특징이 있으며 최초의 시민사회단체인 독립협회가 설립되었고, 일제 식민시대를 거치며 의료, 사회복지, 교육을 주요 활동으로 삼는 비영리조직이 순차적으로 생겨났다.

1987년은 제3섹터의 기반이 되는 시민사회 발전에 이정표가 된 시점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되고 시민 참여가 증가하며 많은 시민단체가 생겨났다. 이후 시민사회는 급속히 성장하며 제3섹터의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였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사회적일자리창출운동 등이 전개되었다. 최근에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영리활동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조직이 제3섹터의 새로운 모델로 등장하는 등 한국 제3섹터의 범위와 중요도는 날로 커지고 있다. 

제3섹터와 시민권

제3섹터와 지역공동체/근대사회에서 국가의 성원은 시민사회의 성원으로 시민사회가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의해 제도화된 공공영역이라면 시민은 국가의 한 성원으로써 국민과 중첩적인 존재가 되며 시민은 국가와 사회에 대해 일정한 권리인 시민권을 갖게 된다.

첫 번째 시민권은 인간적 권리(human right)로 시민의 법적 권리이며, 두 번째 시민권은 선거와 같은 정치적 권리(political right)이며, 세 번째 시민권은 사회적 권리(social right)로 교육. 의료. 연금. 수당 등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욕구를 들 수 있다.

서구사회의 시민권 확대는 참여와 투쟁을 통해 사회 복지국가의 출현과 함께 진행되어 새로운 시민권이 성립하게 된다. 사회적 시민권은 시민사회의 계층간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안정적 생활을 영위하는 사회적 시민권은 단순히 물적 조건과 함께 정신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회를 확보하는 ‘존중과 명예’라는 정신적 분배까지 포함한다.

국가와 기업에 이어 시민 스스로의 공동체 공간인 제3섹터의 공동체 활동은 사회 서비스, 건강, 교육과 연구, 예술, 종교 등 전 분야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제3섹터는 활성화된 시민사회와 자원봉사와 같은 자발적 공동체 활동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많은 경제활동을 수행하여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실업을 해소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한국사회는 국가에 의한 사회보장제도가 매우 미약하다. 국민총생산(GNP)이나 무역규모는 세계11위권의 역량을 보이고 있으나 사회복지부분에 대한 지출은 OECD 30개국 중 29위에 불과하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사회복지비용이 25%인 반면 한국은 아직 10% 미만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스웨덴이 33.4%, 독일 29.6%, 영국 22.8%, 미국 16.3%이나 한국은 5.3% 수준이다. 공무원, 군인연금을 제외하면 국민연금이나 보험, 기초생활보장 등의 제도 시행과 복지국가 담론이 확산되고 있으나 생활보장은 극히 미약한 실정이다.

특히 정책결정권자들은 사회복지정책을 국가책임주의보다 시혜적 차원에서 인식하고 있어 노인이나 장애인, 빈민 등에 대한 부양을 개인이나 가족의 도움에 의존하는 전통과 현실 때문에 일반국민들이나 일부 언론은 국가나 사회중심의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고 부정적이다.

한국사회는 사회 안전망 확보를 위해 조속히 사회 복지형 체제를 구축하여야 하나 국가재정 부담과 조세저항, 국가의 복지를 사회주의로 인식하는 편향된 이념 등으로 사회불안은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3섹터의 중요성

만성적 경제위기가 일상화된 현재 제3섹터는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사회적 연대와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제3섹터가 일부 취약계층을 위한 것만이 아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모두와 관련된 일인 이유이다.

특히 국가주도 의 발전과 길지 않은 시민사회의 역사 등 전통적으로 공익성이 취약한 제도적·문화적 유산을 가진 우리에게 제3섹터의 존재이유는 더 크게 다가온다. 제3섹터는 역사적으로 공익 활동으로 정부와 시장의 한계를 보완해온 정부나 시장 부문이 아닌 제3의 영역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시민단체, 비영리단체, NGO·NPO,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학교법인,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자선단체, 마을기업, 자활공동체, 자원봉사단체 등 공익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통칭하며 국내에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제3섹터에 고용된 인원은 약 71만5328명, 경제 규모는 GDP의 약 13% 규모로 추산된다.

국가 중심 민주주의에서 국민 중심 민주주의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국민이 직접 정책 기획 및 결정에 참여할 기회가 확대되고 자발성을 가진 개인들의 연합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제3섹터는 NPO, 시민단체 그 외의 민간의 비영리단체를 의미하며 민간 부문이 가진 우수한 정보·기술과 풍부한 자본을 공공부문에 도입해 공동출자 형식으로 행하는 지역개발사업도 포함된다.

 

  1. 시민사회론(市民社會論)

민주주의 토대인 시민사회-강한 시민사회’ 없이 민주주의도 없다!

현재 세계는 민주주의 정치체계가 위기를 맞는 시대로 돌입했다. 서구 민주주의 본산인 영국은 역사적 흐름에서 뒤쳐진 상황의 구실을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외부에서 찾다가 ‘브렉시트’라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구미 양 대륙의 자금을 중계하면서 금융허브로 성장했던 영국경제는 EU를 탈퇴하게 되면 금융중심지로서의 조건을 상실하게 돼 경제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위험에 빠졌다.

중동 및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유입하는 것은 지난 세기 서구 제국주의가 빚어낸 역사의 업보이다. 난민의 영향으로 1789년 대혁명으로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관용의 정신을 인류 역사에 선사했던 프랑스조차 합리적 진보집단인 사회당에 대한 지지가 격감하고, 인종차별을 내세운 극우세력이 집권(최소한 연정)할 현실적 위험에 처해 지금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에 경고등이 켜졌다

실제로 지구상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나라는 중북부 유럽의 몇 개 국가로 제한되어 있다고 판단되지만, 이들 역시 주변국 환경의 변화로 역시 매우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

많은 대내외적 요인들과 겹쳐서 집단지성의 지혜를 상실한 대중주의적 선택과 즉흥적 포퓰리즘으로 물들은 제3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민주주의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에 깊게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시민들의 일상적 삶의 내용을 담아내지 못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정부-시장-시민사회의 3분법과 민주주의 대안?

전통적 과거 방식의 왕정체제는 끝났으나 인민집중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중국공산당의 일당체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을 통치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인류의 보편적 대안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한편 세계정부 단위로 합의된 강력한 통치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세계의 정치상황과 분단 상황인 대한민국에서 아나키즘적 접근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결국 대안은 현재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성찰하면서 부족하고 잘못된 것을 채우며 고쳐나가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완성된 목표가 아니라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 오늘날 다원적 민주제 국가는 제1섹터로 절차적 합의에 의해 위임된 삼권분립적 통치권력과 제2섹터로 경제사회를 구성하는 시장시스템 그리고 제3섹터로 일상적 삶의 현장인 시민사회로 분화되어, 서로 관계하고 의존하는 동시에 상호 견제 및 보완 그리고 긴장하는 관계에 있다.

제1 섹터인 공공영역인 행정과 정치 분야는 합의 위임된 강제력을 집행하는 국가존립의 뼈대로 이다.

위임된 강제력/공권력은 공정하고 불편부당하게 집행되어야 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따뜻한 권력은 사회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필수요소다.

그러나 사회의 최상위 시스템인 국가, 정치, 행정, 사법 시스템은 우리의 일상을 편하고 즐겁게 하는 영역이 아니라 불쾌하고 짜증스러운 주제로 변질되고 의미없는 합리성과 목표를 추구하는 성과주의가 시민적 일상을 과도하게 짓누르고 있다.

제2 섹터인 시장시스템은 생활에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상의 영역이다. 정치적 합의체라는 인위적 사회구조 속에 사는 개인으로서 시민은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각종 기초재를 혼자서 만들고 공급할 수 없다. 따라서 시장이라는 공간을 통하여 교환과 매매를 통하여 제공받는다.

인류의 역사는 기초재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자 더 나은 자유를 향한 노력의 과정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가 보편화되면서 천부적 자연재인 토지와 인간의 노동, 그리고 교환의 편리한 수단으로 등장한 화폐와 허상인 신용까지 상품화시키고, 자본의 탐욕을 실현하려는 시장에 종속시키면서 인간사회에 빈곤과 소외라는 갈등과 모순이 일상화되고 있다.

시민사회는 제1섹터와 제2섹터의 기반 구조에서 일상적 삶을 펼치는 영역으로 정치와 행정, 시장도 결국은 시민사회의 일상적 삶이 풍요롭고 즐겁기 위해 필요한 기제이다. 그러나 정부와 시장 시스템 자체가 스스로를 강화하고 확장하면서 일상적 활동을 억압하고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정부의 실패와 시장의 실패로 시민사회는 각성과 조직화를 통해 정치와 시장을 원래의 기능으로 돌려놓아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게 되었다.

시민사회는 기존에 잘못된 정치와 사회경제 시스템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동력이자 주체의 영역으로 강력한 시민 역량은 민주주의의 가장 확실한 방어력이다. 시민의 힘을 강화시키고 시민사회의 운동방향을 정부와 시장의 실패를 예방하고 시민적 역량이 성숙되어야만 비가역적으로 민주주의가 전진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마치 한 그루 나무처럼 제대로 된 토양 조건과 기후 환경이 잘 맞아야 무성하게 자라고 성숙할 수 있다. 시민사회라는 일반적 조건이 바로 민주주의의 토양이자 받침대이며, 신뢰를 기초로 한 ‘사회적 자본’의 형성 여부가 민주주의 운영과 성공의 열쇠이다.

시민사회의 에너지를 이끌 리더십

실천적 근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들여다보고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 한국사회안에 존재하는 시민사회의 폭발적 잠재력은 매우 크다는 점을 지난 10여 년간의 경험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시민사회의 흡수력이나 시민단체의 조직구성이 시민의 거대한 잠재력을 현실적 힘으로 전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조직적 배타성(닫힌 구조)이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2000년대 들어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한국의 시민사회는 중요한 계기마다 뜨거운 에너지를 분출하곤 했다.

한국시민사회가 나갈 방향은 모순의 누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세계의 자발적 상황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갈 예비적 시민사회의 지도력을 다양한 경로와 채널을 통해 배양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키워나가는데 있다. 일상적 실천의 과정 속에서 모두의 참여가 가능한 열린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발적 상황을 주도해 갈만한 리더십을 형성하여야 한다.

다양한 시민사회의 결사체들

전근대적 사회의 전통적 공동체에는 가족과 농어촌 촌락사회, 그리고 전통적 공동체의 연장으로 농어촌에서 생활근거지인 도시로 이동하면서 형성된, 지연과 학연을 기초로 하는 다양한 모임과 단체를 꼽을 수 있다.

개인적 신뢰와 소통이 내재하며 친밀성과 개방된 이해관계를 지니는 한편 연고주의라는 폐쇄성, 패거리문화, 가족주의 지나친 이기주의 등이 민주적 시민사회에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피아의 사례는 정실주의와 부패의 근거로 비난 받기도 하지만, 유교적 전승을 기초로 하여 공동체에 대한 개인적 의무감을 고양시키고, 저질적 이기주의에 대한 도덕적 제어를 가능하게 하며, 개인과 집단 간의 이익을 조율하는 정서적 교감을 배양시킬 수도 있다.

전근대적 연고주의가 가지는 친밀성과 개인적 도덕적 의무감 그리고 광범한 연결망을 활용하여 전근대적 폐쇄성을 역으로 민주적 원칙을 지키는 보편적 사회의식으로 전화시킬 수 있느냐가 핵심 관건이 될 것이다.

주요 도시에 산재한 향우회와 더불어 친목과 취미를 목적으로 모이는 동호인 모임, 특히 산악이 65%를 차지하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산악회 등이 사적 조직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집단은 아니지만, 더욱 중요한 일상적인 삶의 내용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

이들 동호인모임의 움직임은 중요한 국면마다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시대적 배경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친목과 취미활동과 겸하여 시국에 따라서 독서모임이나 토론회를 겸할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 주권운동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소비협동조합 역시 괄목한 성장과 주목할 만한 역량을 보이고 있다. 생명운동을 주제로 하는 조직과 윤리적 소비, 행복중심 등의 구호가 이들의 활동영역을 잘 대변하고 있다. 다수 시민들을 수동적 소비주체에서 사회변화의 동력인 각성된 활동적 주체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지속적인 성찰이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것이 주요과제이다.

시민사회가 그 자체로서 진보적인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가 오히려 정치적 보수주의의 근거지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강한 민주주의는 강한 시민사회에, 허약한 민주주의는 허약한 시민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시민사회가 정치체제의 토대를 이룬다는 점이다.

노동운동의 폐쇄성 극복해야

유럽의 근대화 과정이 그러했듯이, 한국사회 역시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직업과 이해관계에 따라서 수많은 길드, 직업적 단체와 협회,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동맹, 그리고 노동자 농민들의 조합이 형성되었다. 다원적 민주사회에서 각자의 이해를 둘러싸고 갈등과 대립을 형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가와 정부는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기본임무이기도 하다. 노조는 지난 30년간 독점적 시장권력, 기업 규모 격차, 저임에 의존한 수출주도형, 금권유착의 경제정책과 노동정책, 관치 관행 등에 의해 누적된 한국사회의 모순, 이에 따른 다층적 수탈구조에 안주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대다수 노동자 일반의 현실과 시민사회의 보편적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노조는 시민사회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결사체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 노조는 연대의 가치보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데 급급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으며 시민사회 내의 연대의 가치가 깨어지면 시민사회 전체의 역량도 약화된다.

200여 만 명으로 추산되는 금융과 재벌중심의 대기업노조 그리고 정부산하 공공노조의 다른 한편에 노조가입은 꿈도 못 꾸는 1500만의 중소기업 노동자, 저임구조에 갇혀있는 1000만의 비정규직, 궁여지책의 600만의 자영업자들, 생계수준의 200여 만 농어촌민 등이 귀족노조의 하부에 존재하고 있다.

서비스업의 팽창과 지역적으로 분리된 근로공간으로 저임구조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단합이 분산되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산업구조와 노동계 내부가 너무나 다양하게 분산되고 이해관계가 모순적으로 상충하는 현실에서 한국사회의 상황을 주도하는 강고한 중심조직으로서 민주적 노동조합은 자신들만의 이해라는 폐쇄성에 갇히지 말아야 하며 계층분화가 심해진 노동집단간의 연대, 더 나가 시민사회와 더불어 시대적 흐름과 호흡을 함께하는 실천방식을 연구할 시점이다.

여전히 강고한 기득권 체계에 맞서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일반적 연대가 매우 소중하다. 특히 서비스중심의 제3차 산업혁명을 거쳐 혁신기술 중심의 제4차 산업혁명에 진입하는 현 단계에서 자기 위상만을 고집하는 것은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으며 단기적 이해를 넘어서는 전략적 리더십의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시민운동의 당면 과제

세계화와 더불어 발전된 정보화 사회에서 시민사회의 일상적 각성을 일깨우기 위한 도구로서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언론은 그 탄생 자체가 파쇼화와 재봉건화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알 권리가 중요한 시민권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었기에 유지되고 발전되어온 언론이 어느덧 제4의 권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당연히 시민사회가 언론도 감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언론이 스스로 갖추어야 할 사회적 윤리성과 도덕성에 의거해 활동한다고 하더라도, 시민사회는 이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제도언론과 별도로 정보통신의 발달이 시민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온라인으로 쌍방향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지리적 거리가 크게 좁혀지고, 가상의 공동체가 등장하면서 익명성을 통한 친밀성, 관계형성의 자유로움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책임성 결여와 저질적 포퓰리즘의 오염 등 문제점도 적지 않다. 특히 온라인 네트워크가 오프라인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지 여부가 아직은 불확실해 보인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도들도 나타나고 있으며 시민단체를 체제외적인 비판세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지속 가능한 대안세력으로 인식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바람직한 정부와 시민사회와 관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시민사회의 역할로 첫째, 정부와 시장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 둘째, 사회갈등적 이슈에 대한 조정자 역할, 셋째, 기아, 평화, 인권 등 범지구적인 문제 해결의 행위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독자적으로 정부와 시장의 기능을 견제하고 삶의 본래적 영역을 지키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정부와 협치를 하게 될 경우의 위험성으로 자원과 조직의 종속화 현상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조직과 자원의 측면에서 월등히 우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협치론의 일방적 시행주체는 항상 정부일 수밖에 없다는 함정이 상존한다.

사회적 신뢰의 구축

다양한 모습의 단체, 모임과 조합들이 날줄과 씨줄을 이루면서 시민문화를 형성해 가며 시민문화는 처해진 공간과 조건 속에서 정치적 상황과 사회경제적 상황과 맞불려 돌아가면서 각자 사회마다 특징적인 하나의 거대한 전승적 유전체계, 즉 사회적 밈(meme,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을 형성한다.

사회적 밈으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신뢰라는 용어로 압축되는 ‘사회적 자본’으로 신뢰는 복잡하고 다양하면서도 우연이 얽힌 현대사회의 거래비용을 줄이는 매우 중요한 기제이다. 신뢰는 “협력적 행위를 촉진해 사회적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조직의 속성”으로 정의된다.

신뢰는 개인적 신념으로서의 확신과는 다른 것으로 개인 차원을 넘어서 시스템 차원에서 확인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전통적 사회의 해체에 따른 불안으로 인해 새로운 공동체, 연대성 회복에 대한 갈망이 생겨나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신뢰에 대한 요구가 자연스레 형성되기 시작한다.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 사회는 파편화된 개별적 불안감과 심리적 위기를 촉발시킴으로써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뢰는 일상생활과 집단 및 제도, 그리고 여론과 문화로 형성되는 상징세계 등 다양한 층위에서 형성된다. 신뢰는 소통적 합리성 -상호주관성을 중시한다.

또한 신뢰는 사회경제적 조건 및 환경이 유발하는 긴장, 갈등, 경쟁 등과 같은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개인과 집단을 보호하는 상호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이러한 신뢰는 성실과 책임을 통한 상호의존과 협력의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된다.

시민사회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채널과 열린 조직을 통해 일상적 토론과 학습, 그리고 참여의 장을 열어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도적 구심력을 형성해야 한다. 또한 이들이 중심이 돼 정치, 경제, 사회 영역에서 합당한 정의와 역동적 평형이 실현되도록 시민사회를 일상적으로 견인해 가야 한다.

만약 정치와 사회경제 영역이 시민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반동화된다면, 시민사회는 이를 시정해야 한다. 만약 이를 거부한다면, 기존의 권력과 체계를 무력화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변혁의 근거지가 되고 조선시대 목숨을 걸고 상소문을 올렸던 선비들의 비판정신을 온전히 계승할 때, 새롭게 전개될 것이다.

제3섹터와 제3의 길(the third way) 

제3의 길(the third way)은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단점을 배제하고 장점만을 융화시킨 새로운 개념의 차별화 전략으로서, 기든스(A. Giddens)가 이론적으로 체계화했고 이를 영국수상인 블레어(T. Blair)가 정치노선으로 채택함으로써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제3의 길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사회민주주의를 제1의 길로,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를 제2의 길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절충된 대안인 제3의 길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처럼 복지국가를 청산하자는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의 비효율성 등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제3의 길은 사회투자국가, 복지다원주의, 그리고 발상의 전환 등을 지향한다. 먼저, 사회투자국가(social investment state)는 인적자본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국민들의 경제활동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추구하는 국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노령 및 실업대책 등이 그것이다.

노령자와 실업자에게 무조건 무상의 사회복지정책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다시 사회에 진입하여 국가에 공헌할 수 있도록 정년퇴직조항의 삭제 및 재교육 시행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지다원주의(welfare pluralism)는 주로 중앙정부에서 담당해 왔던 복지제공의 업무를 기업, 시민단체, 지역사회, 지방정부 등으로 다원화하여 복지국가의 비효율성을 줄이자는 것이며 발상의 전환(conversion of notion)은 수혜자가 스스로 복지국가에 대한 의존성향을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개인의 책임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제3의 길은 사회보장과 재분배 등 사회복지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시에 부를 산출하는 주도적인 주체로서 복지수혜계층의 역할과 책임, 즉 노동연계복지(workfare)를 근간으로 하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제3의 길은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에서 나타나는 국가의 재정부담 등과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빈부격차 등 부작용을 고려하여 절충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절충에 대한 명확한 기준 등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제3의 길은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중용으로 나아가려는 의도가 강하여 보편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된다.

 

  1. 22세기 한반도 구상과 베세토튜브

한중일 3국의 동아시아 공동체 특성은 탈국경적인 시민연대이며 동아시아의 균형과 지역 국가 간의 수평관계를 증진시키며, 나아가 ‘수평적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하여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지역성, 법제도화, 정부 의존성, 시민사회, 시장화와 민영화, 민관협력 등의 특성을 가진 사회적 경제의 동아시아적 연결이 요구되고 있다.

동북아 3국은 문화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지만 3국 모두 빠른 고령화 속도에 힘입어 고령화에 대한 관심은 동북아 3개국 모두에 핵심적 공통 사회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노인 비율의 증가는 사회보장비 지출과 의료비 지출 등을 증가시켜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급속한 고령 인구 증가로 의료비와 연금 지출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일본과 중국은 의료비 관련 지출 규모 증가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중국·일본을 포함하는 동북아 3국은 최근 GDP 및 무역 규모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세계경제의 주요 원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한중일 3개국의 인구 고령화 현상이 주목받는 이유도 인구 고령화로 이들 국가의 경제가 영향을 받고 이에 따라 세계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국의 인구 고령화로 공적 연금 재정지출이 증가하고 노동인구 및 노동생산성이 하락하며 노인 의료비와 노인 복지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면 동북아 3국의 고령화 현상은 세계경제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제3의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한국을 동북아 물류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 인가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중일(韓中日) 3국간 교통, 에너지, 통신 ·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최상의 물류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대륙세력인 중국은 한반도를 해양으로 헤게모니를 확장하기 위한 교두보로 이용하려 하였고, 해양세력인 일본은 한반도를 중국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다리’로 인식하였다. 원나라의 일본원정과 전초기지, 정명가도와 임진왜란 등이 단적인 예이다. 청일전쟁, 한국전쟁 등도 동아시아 국제질서 속에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패권경쟁의 각축에 따라 야기된 것이다.

본 연구회는 서구 근대화 물결로 인한 제국주의와 전쟁, 저항의 역사적 경험에 연원한 불신과 증오, 적대감정, 냉전 해체 이후 세계화와 지역화의 중층적 흐름이 지속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퇴행적이고 공격적인 민족주의와 자민족중심주의 흐름이 분출하는 모순을 극복하고자 하는 지적 모색과 미래 기획의 일환으로 동아시아공동체 형성방안의 하나로 베세토튜브 이니셔티브를 주창(Advocacy)한다.

이를 위해 한중일 3국은 폐쇄적인 전통과 자국문화 중심적이고 국가 중심적인 내셔널리즘을 조금씩 완화하고, 민족과 문화, 가치와 전통이 상호 인정되고 다원적으로 공존하는 느슨하게 결합되는 열린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각국이 내부적으로 다원적인 가치와 삶의 방식을 허용하고 인정.배려하는 열린 시민사회의 규칙을 확산시켜야 할 때 이다.

전지구적 차원에서 평화와 인류 공동번영을 지향하는 세계시민주의는 유연하고 열린 민족주의를 매개로 국가우선주의와 근본주의의 발호로 인한 야만과 피해를 예방하고 전쟁을 억제하는 지속가능한 평화질서 구축의 길이다.

미국중심의 질서와 세계관을 극복하고 중국의 중화주의와 일본의 대동아공영권과 같은 정치.군사 중심의 패권적 아시아주의를 넘어서 경제협력과 문화 교류를 촉진하여야 하는 한중일 국민·인민·신민은 3국간 신뢰관계를 진흥하여 평화와 안전 및 번영을 공동체의 이념으로 하는 시민기반의 공동체(civil community)베세토튜브(besetotube, 北首东管, ベセトチューブ)를 통해 형성하여야 한다.

Post Author: beseto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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