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인공지능의 발전이 중산층을 위협한다

  1.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
  2. 로봇·인공지능과의 일자리 경쟁
  3. 대체가능성이 큰 직업유형
  4. 변화에 대한 대비

[요약] 무인 자동차, 인간처럼 걷는 로봇, 퀴즈쇼에서 사람을 이긴 인공지능, 투자 심의회에 이사로 참여하는 인공지능 등 최근 로봇, 인공지능의 발전 추세는 눈부시다. 이에 따라 로봇,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얼마나 위협할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한쪽에서는 로봇, 인공지능의 인간 대체가 이미 시작되었고 향후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의 다양한 난관, 도입 경제성문제를 감안할 때, 이러한 기계의 인간 대체 가속론은 과장되었다는 현실론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로봇, 인공지능 도입이 장기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낙관론도 주장되고 있다.

이처럼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효과가 클지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효과가 클지 단언하기는 쉽지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대체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육체 노동이든 지적 노동이든 직무 성격이 반복적, 정형적일수록 대체 위험이 크고 향후 로봇과 인공지능의 능력이 향상될수록 대체가능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많은 숙련 노동뿐만 아니라 상당히 전문적인 노동까지도 대체 가능 범주에 포함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중산층들의 경제적 지위가 불안해질 소지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며, 앞으로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사회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에 상당히 취약해 보인다. 특히 기존 교육제도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에 가장 취약할 수 있는 산업사회형 인력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사회 시스템, 제도, 교육,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대비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출처: LG경제연구원>


  1.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

1962년 GM이 자동차 제조에 로봇을 처음 활용한 이래,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용접, 도장, 무거운 자재 운반, 소형 부품 조립 등 인간에게 위험하거나, 어렵거나, 힘든 일들을 대신해 왔다. 작업 속도, 힘, 지속력, 정밀도 측면에서 로봇이 갖는 강점은 제조 현장의 생산성 증대에 크게 기여하였다.

다만 오랫동안 로봇의 작업은 대개 통제된 상황에서 정형적, 반복적인 직무에 한정되었다. 무엇보다 근로자 안전과 작업 정확성 문제 때문에 로봇은 대개 인간과 분리된 작업 공간에 고정 설치되어 운용되었다. 또한 작업 조건과 성과가 명확히 규정, 계량화되어야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기에, 로봇은 정형화된 업무만 수행할 수 있었다.

나아가 로봇 도입에는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하고 프로그램 조정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성 확보를 위해 로봇은 주로 하루에도 수백, 수천번씩 반복되는 작업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최근 로봇의 기술 발전과 지속적인 가격하락에 따라 로봇의 적용 범위는 향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로봇, 제조 라인을 넘어 다양한 산업으로

무엇보다 기계 시각인식 기능(Machine Vision)과 다기능 센서, 정밀 액츄에이터의 접목에 힘입어 비정형적 업무에도 로봇이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스페인 식료품 회사인 엘 둘찌(El Dulze) 에서는 기계 시각인식 기능을 이용해 인간이 작업할 때보다 3~4배 빨리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불량 감자, 오렌지, 양배추를 자동으로 골라낸다.

또한 의료 부문에서도 수술 로봇들의 적용 범위가 라식 수술에 이어 인공관절, 전립선암, 복강경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로봇은 사람보다 더욱 정밀하고 오차가 적은 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영화 현장에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2013년 영화 그래비티(Gravity)에서 관람객들을 숨막히게 만들었던 무중력 우주 공간 장면들은 인간보다 역동적이며 정교한 카메라워크를 구사하는 봇앤돌리(Bot & Dolly)의 카메라 로봇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한편 위치 측정(self-localizing) 기술, 자세 및 균형 보정, 비정규 상황 대응 알고리즘 개발은 시각 및 감지 기술의 향상과 맞물려 로봇의 이동성 증대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2013년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는 기존의 아시모(ASIMO)나 다른 보행 로봇들이 보였던 어색 한 걸음걸이와 달리 거의 완벽한 보행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로봇의 이동성 증 가는 잘 통제된 제조 라인을 넘어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현실의 다양한 분야 로 로봇이 확대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아마존은 운송 로봇 키바(Kiva) 를 창고 물류에 도입했고, GE는 풍력 발전기의 기둥과 날개의 점검에 기어오르는 기능을 가진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는 자동차를 들어 빈 주 차장으로 옮기는 주차 대행 로봇도 도입되었다.

심지어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인간 만의 고유 영역이라 믿어져 왔던 차량 운전마저 자동화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호주의 탄광 회사인 리오 틴토(Rio Tinto)는 이미 2008년부터 광산에서 채굴한 철광 석의 운반에 300톤급 초대형 무인 트럭을 투입해 이용하고 있다.

인간과 로봇의 협업 시대

이와 함께 로봇 조작 인터페이스의 진화는 로봇의 유연성과 적응성을 크게 증대시킬 전망이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들은 복잡한 재프로그래밍이 필요해 생산 제품의 잦은 변경에 쉽게 대응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리씽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가 선보인 백스터(Baxter) 로봇은 작업자가 로봇의 팔을 잡고 동작을 시연 하는 것만으로 구동시킬 수 있다.

이러한 로봇 인터페이스의 진화는 안전 기술의 보 강과 맞물려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현실화시킬 전망이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s)의 소형 로봇 팔인 UR5는 2013년부터 폭스바겐의 자동차 엔진 조립 과정에 투입되어 작업자 바로 곁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일본 캐논사의 셀 생산방식도 로봇이 미세부품을 조립하고 장인이 이를 넘겨받아 복잡한 조립을 수행하는 머신 셀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속적인 가격 하락도 향후 로봇 도입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세계로봇연맹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로봇 단가는 성능 감안시 연평균 10%씩 하락해 왔다. 이러한 가격 하락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각인식 기능과 4~5관절을 갖추고 정밀 작업이 가능한 산업용 로봇의 가격은 현재 10~15만 달러 수준이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10년 후에는 절반 수준인 5~7.5만 달러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로봇 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인건비는 오른다면 당연히 기업들은 로봇 도입의 유혹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근로자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로봇 판매량이 연평균 31%씩 증가해 2012년 2.3만대에 달했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으로 유명했던 중국이 이제 80년대 일본이나 90년대 한국처럼 자동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세계로봇연맹의 예측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은 <그림 1>처럼 2010년 97.2억 달러에서 2015년161.2억 달러를 거쳐 2020년 229.8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도약

로봇이 제조 직무나 육체 노동을 보완, 대체한다면, 인공지능은 서비스 업무나 지식노동을 보완, 대체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초기 형태인 지능형 알고리즘은 이미 일상 생활의 배후에서 다양한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구글의 검색 결과 표시,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매치닷컴의 데이트 후보자 소개, 네비게이션을 이용한 길찾기 등 다양한 서비스들에 이미 고성능 알고리즘들이 활용되고 있다.

향후 인공지능 분야는 관련 기술들의 진보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컴퓨팅 자원의 저렴화와 클라우드의 보편화로 연산 한계가 사실상 무의미해지면서 압도적인 고성능의 알고리즘들이 속속 개발될 것이다.

2011년 IBM의 인공지능 Watson이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인간을 이긴 사실은 이러한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또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나 심층학습(Deep Learning)처럼 빅 데이터를 활용해 알고리즘 스스로 패턴을 인식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방법론들이 도입되면서 인공지능의 유연성과 적응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구글의 자동 번역기, 피카사(Picasa)의 사진 내 얼굴 인식 기술처럼 향후 인공지능은 기계 학습을 통해 빠르게 성능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머신 비전, 센서, 음성 인식 및 합성 등 유사 감각 기능들이 결합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개선되면서,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현재 애플의 시리(Siri), 구글의 나우(Now),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Kortana) 등 스마트폰의 지능형 개인비서 서비스는 이러한 시도의 초기적 형태이다. 

이러한 대화형 알고리즘들은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말을 어느 정도 듣고 이해하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미래에는 표정이나 음성 상태까지 분석해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유추하고 이에 맞는 대화를 시도하는 인공지능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미 스마트 액션(Smart Action), 아티젠코(Artigenco) 등의 기업들은 기계 학습, 음성 인식 및 합성 기술을 조합해 콜센터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문직 영역에 도전

이러한 기술 발전에 힘입어 향후 알고리즘은 단순 사무직을 넘어 전문직들의 영역까지 넘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조들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인공지능은 인간 지성의 최후 보루로 인식되었던 글쓰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미국의 내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사는 포브스(Forbes)지에 기사 작성알고리즘으로 작성한 기업 실적 분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로봇 저널리즘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최근에는 Automated Insight, Yseop, Fantasy Journalist 등 다양한 벤처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금융 부문에서도 최근 알고리즘의 적용 범위가 시스템 트레이딩을 넘어서 투자분석이나 의사결정, 투자자문 등으로 빠르게 확대될 조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켄쇼(Kensho)사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 워렌(Warren)은 “미국 FRB가 금리를 올리면 어떤 섹터가 유망할까?”처럼 자연어로 질문을 제공하면 관련 분석 결과나 유망종목을 제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한 홍콩의 딥 날리지(Deep Knowledge) 벤처캐피털은 생명과학 벤처 기업 대상 전문 분석 인공지능인 바이털(Vital)을 아예 투자이사회의 임원으로 임명하고 인간과 같은 1표를 주기로 했다.

나아가 퓨쳐 어드바이저(Future Advisor)사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개인화된 금융 자문을 대규모로 저렴한가격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러한 투자자문 인공지능이 보급된다면, 고연봉의 프라이빗 뱅커 대신 다수의 텔러나 하위직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재무상담에 응할 수 있게 된다.

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용이 시작되고 있다. 2009년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서는 뇌를 모사한 인공신경망을 심장 내막염의 진단에 활용할 수있음을 보인 바 있다.

또한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은 작년부터 미국 뉴욕의 MSKCC 병원 등에서 시험 이용되고 있다. 여기서 왓슨은 진료 기록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의심 질환들과 관련 연구결과들을 제시하며, 인공지능이 의사 조수 역할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의 블랙스톤 디스커버리(Blackstone Discovery)사는 150만 건의 서류를 기초로 법무 자료 조사를 대행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서비스 중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법무 부분을 적용 영역으로 삼고 있지만, 다양한 영역으로 쉽게 응용될 수 있다. 이러한 조사, 분석 전문 인공지능들이 보편화된다면 로펌 뿐만 아니라 많은 지식업종에서 조사역들의 수요가 감소할 소지도 있다.

 

  1. 로봇·인공지능과의 일자리 경쟁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10년대 들어 로봇과 알고리즘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로봇, 인공지능의 일자리 위협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로봇, 인공지능의 인간 대체가 이미 시작되었고 향후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계의 인간 대체 가속론은 과장되었다는 현실론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기술 발전의 다양한 걸림돌,도입의 경제성 문제, 노조/법규나 사회적 반발을 감안할 때 대대적, 즉각적 대체는 힘들다는 것이다. 나아가 로봇, 인공지능 도입이 장기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낙관론도 주장되고 있다.

비관론 : 로봇·인공지능의 인간 대체 위협 유례없이 심각

  • 기술적 실업에 대한 우려는 주기적으로 반복

기술적 실업이란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는 노동 절약적 기술 진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형태이다. 기술적 실업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산업혁명 이래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19세기 산업혁명기에 대량생산 기계의 도입에 대한 반발로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다.

직물기계의 도입으로 실직한 직조공 들이 조직적인 기계파괴 운동을 벌였던 것이다. 20세기에도 1930년대 대공황, 1960년대 공장 자동화, 1990년대 사무 자동화 과정에서 실직자 증가와 맞물려 기계의 인간 대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계속적으로 불거져 왔다.

유럽의 석학인 제레미 러프킨은 1995년 “노동의 종말”에서 첨단 기계와 정보기술의 노동 대체가 강화되며 결국 노동 없는 세계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2000년에 경제학자 로빈 핸슨(Robin Hanson)은 인간과 기계의 동태적 관계에 대한 비관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초기에 기계는 인간을 보완하고 일부 직종만 대체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기술 발전과 가격 하락에 힘입어 대체는 대부분의 직종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임금도 초기에는 생산성 증대에 비례해 증가할 것이지만 대체 효과가 점점 확산되고 실직자나 노동 예비군이 증가하면 결국 인간의 임금은 하락하게 된다고 한다. 다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적어도30~100년의 장기에 걸쳐 진행된다고 했다.

  • 비관론은 다양한 형태로 반복 재생산

그러나 최근의 비관론자들은 기술 발전의 가속 추세에 주목한다. 즉, 구글의 무인자동차, 인간처럼 걷는 아틀라스 로봇, 퀴즈쇼에서 인간을 이긴 인공지능 왓슨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기술이 변곡점을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빅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알게 되고, 인공지능이 로봇에 결합된다면, 기계들은 매우 빠르게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질 수있다. 즉 과거에 기술의 인력 대체 효과가 특정 섹터에 한정되었던 것과 달리 최근의 기술 진보는 고용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MIT의 브린욜프슨과 맥아피 교수는 최근 ‘제2차 기계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과거 대량 생산 기계가 단순 육체 노동을 대체했던 것이 ‘1차 기계시대’라면,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에 힘입어 로봇과 인공지능이 복잡한 육체노동, 나아가 지식 노동마저 대체하는 시대로 이미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직업 세계에 야기될 대변화 속에서 결국 실업 증가, 나아가 사회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 높은 실업률과 경제적 양극화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이러한 비관론은 최근 2~3년간 다양한 형태로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레데리코 피스토노는 로봇 도입의 확대로 향후 산업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본다.

또한 제임스 배럿은 최근 기업들의 투자 강화로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전해 결국 인간의 지성을 앞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기술 변화는 일자리수를 크게 감소시켜 앞으로 완전 고용의 시대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 대량의 기술적 실업은 소비 여력의 대규모 감소를 가져와 결국 경제적 파국을 가져올 수 있다.

결국 기술 발전은 장기적으로 대량 실업과 경제 침체를 야기하고, 나아가 정치적, 사회적 혼란까지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비관론적 관점에서 기계의 노동 대체 효과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는 연구들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옥스포드 대학의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는 미국의 일자리 중 47%, 즉 절반 가량이 자동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로봇 및 인공지능이 다룰 수 있는 작업 범위가 비정형적, 비반복적 업무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석에서는 특히 도서관 사서, 단순 경리직, 세무사, 하역일꾼, 보험심사역, 텔레마케터처럼 자동화 확률이 90%를 넘는 직종들도 17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맥킨지 글로벌인스티튜트는 2025년경 전 세계 제조 및 서비스 직종에서 로봇이 4,000~7,500만 명 분의 일을 하게 되고, 알고리즘은 1.1~1.4억 명 분의 일을 담당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현실론 : 즉각적, 대대적인 인간 대체는 쉽지 않을 것

앞서 본 것처럼 최근 비관론자들은 특히 기술 발전의 가속화 추세에 주목한다. 로봇 및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은 이미 변곡점을 지나 조만간 인간 수준을 따라 잡을 것이며, 지속적인 성능 향상과 가격 하락에 힘입어 로봇 및 인공지능의 인력 대체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인간 대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론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 중에는 의외로 로봇, 인공지능의 전문가들이나 수요처 기업의 기술 도입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많다.

  • 기술 발전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 소요

이들이 즉각적, 대대적인 기계의 인간 대체에 회의적인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기술 발전이 그리 쉽지는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최근의 놀랄만한 신기술사례에도 불구하고, 로봇이나 알고리즘 기술이 인간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여전히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이 로봇에게는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이 로봇에게는 어렵다”는 말을 통해 로봇 및 인공지능 기술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러한 모라벡의 패러독스(Moravec’s Paradox)은 결국 연산량 때문이다.

계산, 논리, 추론 등 고차원적인 지성 작업은 결국 데이터와 로직 문제로 알고리즘을 잘 구성하면 적은 연산량으로도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열살 짜리 아이도 쉽게 하는 인지나 동작 활동은 눈, 귀, 코와 손, 발의 기민하고 원활한 협응을 수반하므로 방대한 연산 능력을 요구한다.

이는 로봇,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어느 정도 모방하더라도, 인지, 감성, 동작은 여전히 따라잡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또한 로봇과 인공지능의 부분적인 개발 성과들을 한데 모아 조합, 연동하는 것은 또 다른 난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지성의 모방도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 교수는 로봇 및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열등 → 인간과 동등 → 인간을 보조 → 인간을 대체”하는 4단계 과정을 거치며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박스 기사>처럼 체스 인공지능의 40년 역사를 고찰하여 도출된 것이다. 체스 인공지능의 경우 2단계 통과에 20년, 3단계 통과에 10년 이상이 걸렸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컴퓨터 체스가 그나마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쉬운 분야라는 것이다. 게임 규칙이 간단하고, 경우의 수가 64개(가로 8칸 × 세로 8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가 조금만 많아져도 인공지능 개발은 크게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바둑의 인공지능은 여전히 5~6급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바둑돌을 놓을 수 있는 자리가 361개(가로, 세로 각 19줄)에 달하고 형세나 맥 등 계량화하기 힘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현재 2단계 수준 이하, 즉 인간보다 열등하거나 부분적으로 동등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요즘 주목 받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도 이제 2단계를 막 넘어가는 상황이다. 문제는 현실 세계가 체스판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는 불명확한 규칙, 많은 예외, 다양한 심리적, 사회적 요인의 작용, 돌발적 변수들의 존재, 계속적인 상황 변화 등이 특징적이다.

이처럼 복잡한 현실 문제를 인간처럼 해결하는 로봇, 인공지능의 개발에는 다양한 우회 방법의 고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봇 유진(Eugine)도 막상 대화해보면 여전히 엉뚱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이다.

  • 기업들은 기술 도입에 보수적

로봇과 인공지능의 확산에 시간이 걸리는 또다른 이유는 투자수익성(ROI) 문제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도입은 기업에게 여전히 어려운 의사결정 문제이다. 무엇보다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데다가, 숨은 비용(Hidden Cost)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장에 로봇을 도입하려면, 제조 라인의 재설계, 인력의 재배치, 작업의 프로그래밍까지 필요하다. 또한 로봇을 현장에서 운용해 보며 최적화 작업을 몇 달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실제 도입 비용은 로봇 단가의 2~3배로 훌쩍 뛰어버릴 수 있다. 인공지능도 업종별 최적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비용 증가를 겪을 소지가 크다.

나아가 자동화는 사업 전체의 유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생산 인력들은 취급제품이 바뀔 때 간단한 지시나 훈련으로도 쉽게 적응한다. 한 두 명이 잠깐 자리를 비워도 다른 인력들이 즉각 일손을 메꾼다. 경기 상황이 안 좋아지면 잔업 감소나 휴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로봇과 기계로 자동화된 공정에서는 생산 제품이 바뀔 때마다 재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공정 중 로봇 한 대의 고장은 전체 라인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경기 악화시 큰 손실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인공지능도 기존 데이터와 유사한 상황에서는 문제없이 작동하나, 상황이 과거와 달라지면 잘못된 결과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낙관론 : 로봇, 인공지능 발전이 고용, 경제에 기여

다른 한편에는 로봇 및 인공지능의 발전이 중장기적으로 고용이나 경제에 오히려 도움된다고 보는 낙관론자들도 많이 존재한다. 이들은 대개 주류 경제학자들이나 미래학자들이다. 이들은 비관론자들이 무엇보다 “노동총량의 오류(lump of labor fallacy)”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 총량의 오류란 세상에 필요한 노동 총량이 정해져 있고 고용 시장이 의자 빼앗기 게임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로봇이 일자리 하나를 차지하면 인간이 즉각 일자리 하나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는 것이다.

사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없더라도 노동 시장에서는 끊임없이 일자리가 파괴되고, 또 창출된다. 또한 미국의 씽크탱크인 ITIF의 분석처럼 로봇, 인공지능에 의한 인력 대체가 일어나도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나 매출 증가는 경제 전반에 다각적 인고용 창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즉 일자리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가장 많은 로봇이 도입된 현대자동차의 경우, 고용인력은 2001년 4.9만명에서 2010년 5.6만명으로 소폭 늘어났다. 그러나 동기간 자동차 산업 전체의 직간접고용은 자동차공업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147만명에서 175만명으로 28만명 증가했다.

  • 로봇, 인공지능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도

나아가 로봇, 인공지능은 관련 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세계로봇연맹에 따르면 로봇 관련 산업에서 2008년까지 전세계적으로 800~1,000만명의 고용이 창출되었다. 여기에는 로봇 개발 및 제조, 관련 부품 및 소프트웨어 개발, 시스템 운용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 전망에 따르면 향후 2020년까지 로봇과 관련해240~430만명의 추가 고용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요즘 북미 지역에서는 로봇 관련 인력들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온라인 구인 광고 분석 기관인 원티드애널리틱스(WANTED Analytics)에 따르면 로봇 관련 구인 광고는 2014년 4월 1만여건으로 3년 전 4,860여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은 최근 인공지능 관련 직원들을 많이 뽑고 있다. 6월 현재 구글 커리어에 제시된 650개의 소프트웨어 인력 채용공고 중 인공지능, 기계학습과 관련있는 공고는 130여개에 달한다.

흥미롭게도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고용을 파괴하는 곳에서 새로운 고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즉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특정 인력을 대체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로봇, 인공지능을 설계, 관리, 지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인 비행기 드론(Drone)은 베테랑 조종사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드론은 동시에 기존 비행기보다 더 많은 운용인력을 요구한다. 과거 F-16 전투기의 운용에는 100명 미만의 요원이 필요했다. 그러나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Predator) 1대를 운용하려면 168명의 지원 인력들이 필요하다.

이중 직접 관제 요원은 55명이고, 나머지는 정비, 자료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드론이 제공하는 정보량은 엄청나서 미군 전체적으로 자료의 처리, 분석 업무에만 현재 6.5~7만명이 투입되고 있다.

한편 최근 금융 산업에서는 포트폴리오 운용, 트레이딩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활용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액티브 펀드매니저나 트레이더 수요는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일정한 금융공학 지식을 갖추고 알고리즘을 설계, 운용할 수 있는 이공계 출신들의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 대체 뿐만 아니라 보완, 협업도 가능

한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의 예측처럼 로봇,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는 대체 뿐만 아니라 보완, 협업의 형태로도 진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무가 비정형적이고, 이동성, 인지-조작 협응 능력, 판단/창의력, 감성적 대인 스킬 등이 중요할수록 기계의 인간 대체 가능성은 낮아진다.

한편 노동 강도, 저임금 문제로 인력 수급이 어렵거나 업무의 복잡성, 관련 지식이 지나치게 빨리 증가할 경우 인간과 기계의 협업필요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웨어러블 로봇, 디지털 비서 서비스처럼 로봇, 인공지능은 인간의 신체적, 인지적 능력을 보강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의료용 수술 로봇의 경우도 대개 몸 속으로 들어간 로봇을 인간 집도의가 조종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특히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기계의 방대한 정보 처리량, 빠른 연산력, 인적 오류 부재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올리며,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 다기능성을 활용해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특히 관리직은 인공지능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즉, 빅 데이터로부터 새로운 사업 통찰력을 얻거나, 이상 신호를 빠르게 포착하거나, 미래 상황에 대해 다양한 시뮬레이션도 해 볼 수 있다.

연구직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복적 직무를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창조적 직무에 집중할 수 있다. 일례로 제약사인 머크(Merck)는 최근 수만 건의 화합물에서 신약 후보물질 후보를 선별하는 과정에 기계 학습형 인공지능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에이손(Aethon)사의 턱(Tug) 로봇은 병원에서 조제약, 검사샘플, 음식, 침대 시트 등을 운반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할 경우 간호사들은 다양한 잡무에서 벗어나 환자의 케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사람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면서 로봇, 인공지능에 의존해야 하는 곳도 있다. 농업, 임업, 어업, 광업 등은 대표적인 분야이다. 호주의 광업사인 리오 틴토(Rio Tinto)가 무인 트럭이나 무인 채굴기를 도입하는 이유도 사실 오지의 노천 탄광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을 구하기 힘들어서이다.

이들 1차 산업의 일들은 자동화하기 쉽지는 않지만, 최근 번거롭고 힘든 반복 작업들을 중심으로 로봇, 알고리즘이 새롭게 도입되는 추세이다.

축산 부분의 사례는 무척 흥미롭다. 40~50마리의 소젖을 매일 짜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축산 강국 덴마크에서 소젖 짜는 착유 로봇이 개발되어 전세계로 최근 보급되고 있다. 또한 축산 농가에서는 일본에서 개발한 우보(牛步) 시스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송아지 번식을 시키려면 발정기의 암소를 제때 가려내야 하는데, 매일 축사만 들여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발정기에는 암소의 걸음이 빨라진다. 우보 시스템은 이 점을 이용해 암소 발에 채워둔 무선 만보계와 서버의 계측 알고리즘으로 발정기 암소를 거의 100% 정확하게 파악해 축산주에게 통보해준다.

 

  1. 대체가능성이 큰 직업유형

로봇,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이 일자리의 총량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비관론, 현실론,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로봇, 인공지능이 향후 직업 세계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논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비록 단순화의 위험이 있지만 이해 편의성을 위해 세상의 직업들을 업무의정형성과 반복성을 기준으로 살펴 보면, 정형성과 반복성이 클수록 기계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여기에는 대다수 비숙련직과 숙련직들이 해당될 수 있다.

또한 최근 기술 발전 추이를 감안할 때, 기계의 인력 대체 범위는 상당히 전문적인 분야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비숙련직의 대체 속도는 완만사실 비숙련직은 과거 수 십년간의 로봇,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 상당부분 대체되었다.

무인 매표기의 도입으로 이미 영화관, 경기장, 지하철에서 매표원들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또한 사무 자동화 소프트웨어나 ATM기의 보급으로 단순 경리직이나 은행 텔러도 크게 줄어 들었다. 앞으로도 비숙련직에서는 로봇의 성능 개선과 가격 하락에 따라 기계의 인간 보완을 통한 인력 감소가 서서히 진행될 것이다.

건물 경비 10명을 CCTV 및 센서 시스템, 경비 로봇 3~4대와 경비 2~3명 형태로 전환하는 식이다. 최근 식당가에서도 무인 주문기나 무선 태블릿 주문을 통해 종업원 수를 줄이려는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다만, 기계의 인간 대체 속도는 완만하고, 완벽한 대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자동화와 인력 감축이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로, 남아있는 비숙련직들은 모라벡의 패러독스가 시사하는 것처럼 대개 인간에게는 쉽지만 로봇에게는 어렵기 때문이다. 즉 상당한 이동력과 다양한 업무 수행 능력, 일정 수준의 의사소통능력들이 필요해 인간 수준의 로봇 개발은 힘들 수 있다. 이 부문은 임금 수준이 낮아 기계 도입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숙련직의 대체 압박 커질 듯

로봇과 인공지능의 대체 압력은 오히려 숙련직에 크게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1장에서 본 것처럼 이미지 인식 능력, 이동성과 유연성 증대에 힘입어 로봇의 작업 가능범위는 향후 정형적 업무를 넘어 비정형적 업무까지 확대될 것이다.

인공지능도 기계학습, 소통 기술의 발전에 따라 향후 간단한 분석이나 판단, 조언까지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숙련직 부문은 고용 비중도 크고 임금 수준도 높아져 있어, 도입 경제성 측면에서 기업들의 로봇, 인공지능 도입 의사가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RFID나 센서 등을 활용한 사물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판매, 재고량의 자동 분석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사업 실적을 취합, 분석하는 사무직들의 수는 크게 감소할 수 있다. 또한 무인자동차 기술의 발전은 향후 운전기사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일부 경전철은 무인 방식으로 운행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롤스로이스(Rolls Royce)사는 컨테이너 선박까지 무인화하겠다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장기간의 경험이 중시되는 대형 선박 선원마저 입지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웹 개발자들도 코드 리뷰 및 테스트, 성능 최적화의 자동화 알고리즘 등장으로 당장은 업무량이 줄지만, 장기적으로 일자리 자체의 감소를 경험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콜센터 자동화 솔루션이 확산되면 상담직 인력도 상당수 불필요해질 수 있다.

다만, 일부 숙련직에는 대체 압박이 약할 수 있다. 요리사, 이발사, 승무원, 코디네이터처럼 고객 대면 노동에 종사하고 고도의 감성 스킬이나 손재주가 필요한 서비스직의 경우 로봇을 개발하기 쉽지 않다.

고객의 취향이 제각각이고 결과가 감성품질로 평가되며, 고객들도 로봇보다 사람이 대접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목수, 미장이, 기계 정비사, A/S기사, 제빵사 등 개인 기능직의 경우도 로봇 개발이 쉽지 않고 도입 경제성이 떨어진다.

비정형적 기술의 체화가 중요하고 한 사람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로봇 천국인 일본에서는 이미 요리 부분에도 로봇이 진출했다. 최근 일본의 구라스시(くらすし)는 시간당 3,500개의 초밥을 쥐는 스시로봇을 도입해 요금을 접시당 100엔으로 낮추어 불경기에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은 관리직이나 전문직이라 해도 안심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사실 이 분야에서는 지식, 정보의 폭주와 직무 복잡성의 증대, 정량적 분석의 중시, 업무 속도 증가로 인공지능의 활용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모라벡의 패러독스가 시사하는 것처럼 방대한 지식 처리, 빠른 수치 계산, 오류없는 판단은 인간보다 인공지능 쪽이 훨씬 유리하다. 또한 고임금 구조의 특성상 기업들의 로봇, 인공지능 도입 선호도도 높다. 그러나 이 분야의 업무들은 대개 비정형적이고, 세련된 소통, 설득 기술과 포괄적 시각, 유연성, 판단력, 창의성을 요구한다.

이런 능력은 대개 인간에게 고유한 것으로, 그만큼 완벽한 인공지능의 개발은 쉽지 않다. 또한 이러한 지식 노동은 업무분할이 쉬워, 자동화 가능한 업무는 기계에 맡기고 자동화 곤란한 업무를 인간이 맡아 수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리직, 전문직 분야는 일부 기계로의 대체와 함께 보완, 협업의 구도가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또한 로봇,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감성인식기술공학자, 알고리즘 설계자, 빅 데이터 분석가, 기업 프로파일러처럼 새로운 직종들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 오히려 고용이 증대될 수도 있다.

다만, 이처럼 대체와 보완/협업이 동시 진행되며 직무 내용이 크게 변할 수 있다. 예로써 병원에서 조제 자동화 로봇이 보편화되면, 병원 약사들의 업무는 반복적인 조제 기능에서 연구와 분석이 중시되는 환자 임상 기능으로 전환될 수 있다.

기업에서도 반복적인 실적 분석과 보고를 인공지능이 담당한다면, 관리직들의 업무는 비정형적인 사업 이슈를 탐색, 해결하는 사내 컨설턴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계와의 협업에 성공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나뉘면서, 직종 내 양극화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변호사와 그렇지 못한 변호사의 생산성 차이는 매우 커질 것이다.

관리직들 중에서도 새로운 업무 형태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는 사람들도 나타날 수 있다. 의료계에서도 환자의 발길은 동네 개업의보다 최신 수술 로봇과 의료진단 지원 인공지능, 병력 관리 시스템으로 중무장한 대형 병원 쪽으로 쏠리게 될 것이다.

로봇·인공지능의 발전, 중산층 위협

이러한 변화를 종합해 보면 <그림 2>와 같다. 정형적, 반복적 업무일수록 대체 가능성이 높고, 창의성이나 판단력 등 인간 고유의 역량이 중요할수록 대체보다는 보완, 협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이미 정형적, 반복적 업무의 상당 부분은 자동화되어 있다.

따라서 미래에는 정형성,반복성이 약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창의성이나 판단력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상태의 직무들이 향후 로봇, 인공지능의 대체 위협을 가장 많이 받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창의성과 판단력이 많이 요구되는 직무도 일정 수준 대체 위협을 받겠지만, 보완, 협업이나 신규 직업의 창출로 오히려 고용 증대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고용 시장의 양극화를 유발해 중산층의 경제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중산층들은 대부분 숙련직과 전문직,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다. 숙련직의 기계 대체 강화와 전문직, 관리직 내 대체와 보완/협업의 동시 진행은 직종 내 상대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마치 문화예술, 스포츠계처럼 소수의 재능있는 엘리트들이 큰 보상을 받고, 다수는 평균 또는 그 이하의 소득을 얻는 수퍼스타 시스템이 다양한 직종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결국 90년대 이래 강화되어온 소득 불평등이 향후 로봇, 인공지능의 시대에 더욱 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의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Tyler Cowen)은 “평균의 시대는 끝났다(Average is over)”고 논평한 바 있다.

 

  1. 변화에 대한 대비

이처럼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야기하는 직업 세계의 지형도 변화는 결국 개인, 기업, 나아가 사회에 다양한 과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개인들의 경우 미래 직업 역량의 변화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향후 다양한 직종에서 로봇, 인공지능 등 기계와의 협업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프리스타일 체스 경기에서처럼 강력한 인간 고수를 ‘하수들+기계+좋은 협업 프로세스’의팀이 이기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처럼 기계, 그리고 타인들과 팀을 이루어 최고의 성과를 얻어내려면 지금과는 다른 역량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즉, 자신의 업무 전문성뿐만 아니라 로봇 및 인공지능의 운용 능력, 나아가 동료와의 협업 능력까지 배양해야 한다. 한편, 기계의 인간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종에서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존재 가치를 찾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열정, 통찰력,  공감력, 창의성, 사회성, 다기능성, 적응력 등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인간만의 고유 역량으로 존재할 전망이다. 아울러 로봇,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기업에게 직무 재설계와 업의 본질 변화를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미래에는 우수 인력의 고용, 육성뿐만 아니라 인간-기계의 최적 협업 프로세스를 잘 설계하는 것이 기업의 성과 극대화에 중요할 수 있다. 또한 회사 내 직무 중 기계로 전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직원들이 부가가치가 낮은 일들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만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업무를 새로 찾아내고 이를 중심으로 직무를 고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로봇, 인공지능의 도입은 산업 전체적으로 업의 본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기사를 쓰는 세상에서 기존의 언론 가치인 News, 즉 신속성과 정확성은 빛을 잃게 된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차별적인 통찰과 관점, 즉 Views가 중요해질 수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업의 본질 변화를 잘 파악하고 지속적인 변신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한편 로봇과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사회적으로도 교육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을 증대시킨다. 기존의 교육 시스템은 상식 암기와 규율 체득 등 산업 사회에 필요한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이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현재의 교육은 미래 기술 변화에 가장 취약해질 인력들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교육 체계는 인간에게 고유하고 자동화되기 힘든 역량들, 즉 감성, 사회성, 창의성, 열정, 협업력 등을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로봇과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변수는 중장기적으로 직업 세계의 불안정화와 양극화를 야기하는 잠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계와의 협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큰 성과를 얻게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될 수도 있다. 기술 변화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직업 전선에서 이탈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 기회 창출과 평생 교육 체계의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www.lgeri.com>

Post Author: beseto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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