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一带一路)와 베세토튜브

  1. 신(新) 실크로드
  2. 일대일로(一带一路)의 중점 추진방향
  3. 주요 특징 및 시사점
  4. 일대일로 전략의 분석과 베세토튜브

일대일로(一带一路, One-Belt One Road)는 시진핑(习近平) 주석의 대표적 슬로건이라 할 수 있는 ‘중국몽(中国梦)’이라는 추상적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국가발전전략 차원에서 구상되었으며 대국에서 강국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중국의 대외전략을 가늠케 하는 국가전략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의 경제발전을 글로벌 경제의 안정과 발전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으나 최근 중국의 급부상으로 유라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정치·외교·경제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해양강국 건설’이라는 국정과제와 함께 기본적으로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대한 정치·외교적 대응전략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일대일로(一带一路)는 중국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수급 구조를 확보하고, 대미 취약성을 완화시키겠다는 지정학적 의지의 소산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에너지 운송의 필요성과 중요도를 제고하고 넓은 국토를 잇는 국내 철도, 도로 등 기반시설뿐만 아니라 국제 물류 시설의 확충과 유라시아 역내 국가 간 에너지 안보를 기반으로 긴밀하게 재구성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가스와 지하자원과 함께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석유를 공급받는 에너지 수송의 기존루트인 페르시아 만에서 아라비아해, 인도양, 남중국해를 거쳐 중국에 이르는 해양루트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21세기 해양실크로드는 미국의 제해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국의 새로운 수송 루트의 개발 및 요충지를 공고화하는데 그 배경이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带一路)정책을 추진하는 이면의 목표는 에너지 안보와 함께 새로운 경제 성장동력의 발굴과 국제기구의 개혁 및 위안화의 국제화 등 다차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뉴노멀(新常态 ; New Normal)시대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동력을 해외 부문에서 찾아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어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으로 아시아 개도국의 인프라 사업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는 한편, 2015년 12월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일대일로 정책 추진을 위한 제도적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1. 신(新) 실크로드

일대일로(一带一路)의 기원은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실크로드는 중앙아시아 스텝 지대와 팔레스타인, 터키를 가로지르며 수백 년간 중국 무역상을 중동 및 유럽과 연결해왔으며 마차와 범선에 의존하던 시절, 실크로드 무역은 당시 배타적이었던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에 거의 기여를 하지 못했으나 현대의 일대일로는 훨씬 더 강력한 국제관계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3년 공식 발표된 일대일로(一带一路) 계획은 뉴노멀(新常态 ; New Normal)시대 시진핑 주석의 야심작으로 중국의 하드파워 및 소프트파워를 멀리 동아프리카까지 확산시키기 위한 계획이다. 

일대일로(一带一路)의 육상 요소인 ’일대(一帶, one belt)‘는 철도와 송유관 같은 각종 기반시설 네트워크가 중국 북서부를 출발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가로지르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대‘는 아시아 국가들을 지난 후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벨로루시와 폴란드를 거쳐 유럽으로 향해 금융위기 이후 긴축으로 인프라 투자가 위축된 유럽 국가를 공략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나 육상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길을 열겠다는 것은 해상통로상의 접근성 제약에 대한 보완적 전략에 해당하며 이러한 육상통로 구상은 추진 용이성 및 효율성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로(一路, one road)’는 해상 실크로드(일명 진주목걸이)로 중국 남해안에서 인도네시아와 서쪽으로 아프리카·중동·남유럽 항로를 따라 거점항구를 개선한다는 해상운송 투자 계획으로 경제적 목적뿐만 아니라 군사·외교적 목적도 내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당 지역 중 상당수는 이미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집중 투자를 받아왔다. 그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일대일로가 기존 정책을 포장한 그럴싸한 허울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새 프로젝트는 단순히 피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액수를 약속하고 있다.

진주목걸이(Strings of Pearls) 경로의 주요 거점 항구로는 파키스탄의 과다르,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미얀마의 시트웨 항구 등을 들 수 있으며, 중국은 이미 해상 실크로드 연안국가들과 항구뿐만 아니라 철도, 고속도로, 송유관 등 기간시설 건설을 진행 하고 있다.

중국은 상선 위주의 민간항구 개발 프로젝트임을 강조하지만, 미국과 인도 등은 인도양과 태평양에서의 중국의 해양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Re-Balancing Asa) 혹은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 전략에 대한 정치·외교·경제적 대응전략의 성격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일대일로 전략의 진전 추이 및 경제적 파급효과도 정치·외교적 목적함수의 변화에 의해 크게 영향 받을 수 있으나 이면적으로는 안정적인 자원·에너지 확보 이슈와 관련되며, 과잉생산 해소와 변경지역 개발을 통한 국경지역 안정화, 지역경제 통합 주도 등의 목적도 담고 있다.

중국 경제는 그간 고속 성장을 이끌었던 외연적 여건의 변화와 내부 성장원천의 제약 등으로 중속 성장국면에 진입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한 경제발전전략의 수정,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서 경제 성장에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는 중요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으며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에 포함된 많은 경로가 자원, 에너지 수송 통로와 관련된다.

또한 일대일로 전략이 원활히 추진될 경우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이 중국에 새로운 시장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은 성장 외연 확대를 도모함과 동시에 지역경제 통합을 주도할 수 있다.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의 우선적 프로젝트는 관련 연선국가들의 기간시설 등 인프라 확충이며, 이에 대한 투자를 중국이 주도할 경우 철강, 시 멘트 등 중국 내 과잉생산 문제를 해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대일로 전략의 중국 내 거점지역의 개발을 통해 변경지역 발전 및 지역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일대일로 전략은 과거처럼 고속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중국 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적 성장을 의미하는 뉴노멀(新常态; New Normal) 시대로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내부적 모순과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 축을 확보하려는 발전전략의 일환이기도 한 것이다.

일대일로(一带一路)의 공간적 범위 

일대일로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대륙을 관통하면서 우측으로는 신흥국 범주의 동아시아 경제권과 좌측의 선진 국가권인 유럽경제권을 포함하며, 중간지역은 경제적 발전 잠재력이 큰 국가들을 포함하여 방대한 경제권역을 아우르고 있다. 또한 일대일로는 육상 3개 노선, 해상 2개 노선 등 총 5개 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육상 실크로드(一帶)는 중국→중앙아시아→러시아→유럽(발트해),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페르시아만→지중해, 중국→동남아시아→남아시아→인도양 등 3개이며, 해상 실크로드(一路)는 중국 연해 항만→남중국해→인도양→유럽, 중국 연해 항만→남중국해→남태평양 등 2개 노선이다.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의 공간적 범위는 전 세계 주요 에너지 및 자원의 공급기지를 포함하고 있으며, 엄청난 규모의 육상통로와 해상통로를 포괄하고 있다.

전 세계 석유 확인 매장량의 66%, 천연가스 매장량의 71%가 페르시아만, 이란, 중앙아시아, 러시아 지역에 존재한다.

이 지역에 인접한 곳에 세계 최대 에너지 수요국인 중국과 인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는 일대일로 전략의 공간적 범위가 갖는 실질적 의미와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협력과 통합에 중요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은 대내적으로는 지역 불균형발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어 일대일로 관련 주요 거점지역의 지역개발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 일대일로 거점지역은 2개 핵심, 18개 성, 7개 고지, 15개 항구, 2개 국제 거점을 포괄한다.

2개 핵심은 신장과 푸젠이며, 18개 성은 서북 6성, 동북 3성, 서남 3성, 연해 5성, 내륙의 충칭이다. 7개 고지는 시닝, 청두, 정저우, 우한, 창사, 난창, 허베이이며, 15개 항구는 다롄, 텐진, 칭다오, 상하이, 닝보, 푸저우, 샤먼, 광저우, 산야 등이다. 2개 국제 거점은 상하이와 광저우를 의미한다.

 

2. 일대일로(一带一路)의 중점 추진방향 

중국은 관련국가와의 공동개발을 통한 시장 확대라는 일대일로 전략의 목적성을 반영한 5대 중점 추진방향을 제시하였다.

첫째, 교통 인프라, 에너지 인프라, 통신 인프라 등 인프라 상호 연결로 중점 추진방향 중 핵심 현안과제에 해당하며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갖는 투자 프로젝트 분야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둘째, 투자와 무역 장벽 제거를 통한 투자 및 무역 원활화로 관련 노선의 인프라 및 기간시설 확충에 기반하여 동 노선을 활용한 실물 투자 및 상품무역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인프라 연결과는 달리 중국과 관련국 간 산업적 보완성 제고가 현실적으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셋째, 정부 간 협력 강화를 통한 정책 교류로 일대일로 공동 건설을 위해 관련국 간 정책 협력 강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넷째, 관광, 학술, 문화, 매체 등 문화적·인적 교류로 일대일로 공동 건설이 관련 국가 및 지역 간 실질적인 경제교류 증진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적·문화적 상호 이해 및 교류 증진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중국과 연선국 간 인적·문화적 교류 프로젝트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설립, 역내 국가 간 화폐교환을 통한 자금조달 원활화로  인프라 연결과 투자·무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국과 관련국 모두 엄청난 규모의 투자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금융지원 플랫폼 구축을 도모하고 있으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일대일로 전략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중국 주도로 설립된 다자개발은행(MDB;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이다.

중국이 AIIB를 설립한 배경에는 몇 가지 목적과 요인이 작용하였다. 먼저 일대일로(一带一路) 관련 인프라 건설 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ADB, WB 등 기존 다자개발은행의 인프라 투자가 미흡함으로써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시아 인프라 투자 재원을 확충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중국이 AIIB 설립을 주도한 것은 미국 및 일본 중심의 국제금융질서 탈피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투자 다변화 및 위안화 국제화 추진동력의 확보도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AIIB는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아시아지역 개발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일본 주도의 ADB(아시아개발은행)에 비견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다른 다자개발은행들과 유사하지만, 이사진이 비상근이고 수원국과 공여국 간 지위 구분이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AIIB는 초기의 우려를 불식하고 비교적 성공적으로 출범한 것으로 평가되나 명실상부한 다자협력기구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잘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투명하고 합리적인 운영으로 압도적 지분을 갖고 있는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경계하는 회원국들과 호혜적 협력을 실현해내는가 여부에 의해 향후 AIIB의 순항 여부가 결정될 것이며 실질적인 다자 금융협력기구의 내용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여부도 중요한 과제이다.

이와 함께 인프라 투자가 갖는 투자 비효율성과 위험성을 객관적이고 엄격한 심사체계를 통해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도 간과할 수 없는 과제로 이는 자칫 국제개발은행으로서의 신용도와 평판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요소라 할 수 있다.

 

3. 주요 특징 및 시사점

1) 중국 굴기의 초장기 세계경영 전략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은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포위전략에 대한 정치·외교·경제적 대응전략의 성격을 갖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대체할 중국 굴기를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완전히 새로운 구상이라기보다는 오랜 기간 동안 중국이 해법을 찾고 있었던 정치·외교·경제적 숙원과제들을 중국의 발전단계에 상응하여 총체적으로 재정립한 국가전략으로 보아야 한다.

앞서 전략의 공간적 범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은 이미 일대일로 전략이 제시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그리고 해상에서의 교통통신 인프라 구축, 에너지·자원 수송로 건설, 자원개발 투자, 산업 및 경제지대 구축을 추진해 왔다.

이는 일대일로 전략의 추진 프로젝트가 기존 관련 프로젝트의 성격과 다른 새로운 투자 수요는 아니라는 점을 의미하므로, 일대일로 전략에 따른 새로운 투자 수요를 과도하게 기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기존에 일국 차원에서 추진하던 것과는 지형이 달라짐에 따라 사업방식이나 내용에 있어 일정한 변화가 예상되며 이에 따른 새로운 수요와 기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일대일로 전략에 의해 유발되는 투자 수요를 좀더 정밀하게 살펴보고 사안별로 참여 기회 및 가능성을 구분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경제회랑 중심의 단계별 추진

중국은 6개 경제회랑을 중심으로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협력 초기단계에서는 도로, 에너지망, 통신망 및 항구 등의 인프라 건설과 관련국가 간 연결성 제고에 중점을 두고 이를 통한 무역 및 투자와 편리성 제고를 도모할 예정이다.

다음 단계에는 초기 협력을 통해 다져진 협력 거점을 활용하여 중국과 아세안지역 간,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경제무역지대를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 유럽, 아프리카까지 확장하여 중국을 중심으로 한 광대한 경제권 형성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략의 초기 추진단계에서 중국은 보완적 금융 플랫폼의 역할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AIIB가 설립 초기로 독자적 자금조달이 용이하지 않고 아직 조직체계가 미흡한 상황임에 따라 중국 주도의 우선순위가 높은 투자 프로젝트인 경우 실크로드기금과 같은 보완적 금융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3) 영향변수가 매우 복잡하고 다양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은 전략의 공간적 범위가 방대한 만큼이나 영향 변수가 복잡 다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은 중국이 주도한 AIIB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일본도 이에 동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EU로 대표되는 유럽의 수용성도 일대일로 전략의 완성도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일대’의 종착지가 바로 유럽이라는 점에서 협력의 통로가 유럽까지 연결되더라도 유럽이 중국과의 양자 또는 다자 협력에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일 경우 전략의 핵심 축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이 밖에 중국과 연선국 간 관계도 복잡한 것으로 보이는데, 파키스탄 등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연선국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연선국들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불편한 관계 속에 있었기 때문에 협력의 정도와 방향에 있어 중국의 일방적 주도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경우도 현재 서방 주도의 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과 전략적 이해를 같이하고 있으나,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구소련 지역에까지 미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4) 미국의 견제가 가장 큰 제약요인

현재까지 미·중 관계는 ‘갈등 우위의 협력’으로 정의할 수 있으나, 일대일로 전략의 향배에 따라 협력보다는 갈등 요소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중국은 경제를 전면에 내세워 ‘경제외교’ 차원에서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둘러싼 대립 범위를 최소화하려는 입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대일로 전략이 연선국들의 경제적 유인을 자극하는 수준으로 진전될 경우 미국의 대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미국은 일대일로와 AIIB에 분리 대응하고 있으며, AIIB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일대일로가 에너지 안보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AIIB는 글로벌 거버넌스 경쟁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국제기구로서 갖추어야 할 요소(운영의 투명성, 호혜적 협력, 인권, 반부패 등)에 대한 공격을 중심으로 중국의 입지를 견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 주도성을 경계하는 AIIB 참여국들에도 결코 부정적인 측면은 아닐 것이다. AIIB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향후 글로벌 거버넌스 경쟁을 격화시킬 여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5) 독일의 전략적 대응에 주목할 필요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의 초기단계에서 EU는 중국의 성장과 유럽을 연결시키려는 중국의 노력에 대해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U와 중국이 빠른 속도로 경제협력을 확대, 심화시킬 경우 세계 경제지도가 새롭게 그려질 수도 있다.

다만 EU가 단일한 입장을 질서있게 견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일대일로 전략의 추진과정에서 개별 회원국 간 명암이 엇갈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개별 회원국 대응 측면에서 보면 독일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유럽국가들 중 중국의 개혁개방과 고도성장 편익을 가장 많이 향유한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경험과 노하우는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대응에서도 유효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은 중국시장 개방 차원에서 일대일로에 접근하고 있다. 독일의 ‘산업 4.0’과 중국의 ‘제조 2025’의 연결을 통해 중국의 산업 컨설턴트로 나서고 있는 한편, 일대일로의 제3국 프로젝트에서 중국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시장 접근성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독일의 전략적 대응은 한국에 유용한 참고와 시사를 제공한다. 

6) 일본의 대응전략

일본은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대해서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AIIB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첫째, 일본은 AIIB의 영향력 확대가 세계은행, IMF, ADB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한다. 경쟁적인 금융기구의 출현은 기존 국제 금융기구에서 확보한 일본의 정치적 영향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본은 현재 IMF와 세계은행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은 투표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ADB의 경우 1966년 일본정부에 의해 주도되었다.

둘째, AIIB 참여에 따른 투자 수익의 불확실성이다. AIIB 내에서 투표권 획득에 제한이 있으며 AIIB 운영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현재 AIIB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경제적인 관점에서 AIIB의 인프라 프로젝트 입찰이 개방성을 지니고 투명한 절차로 진행되더라도 일본 기업이 인프라 프로젝트 분야에서 가격경쟁력이 낮고, 프로젝트의 리스크와 장애물이 매우 높아 관련 프로젝트로부터 이윤을 얻을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ASEAN 국가들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일본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일본의 ASEAN 진출전략에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다는 점으로부터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일본의 인식과 대응은 출발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일본은 아세안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4. 일대일로 전략의 분석과 베세토튜브

中, 세계질서 재편 위해 지역공동체 전방위로 구축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는 남아시아 지역 해외 항구 거점을 연결하면 진주목걸이와 같다고 해서 서방에서는 이를 진주목걸이 전략이라 부르며 정치적·군사적 패권 확대를 위한 행보로 보기도 한다.

중국 언론과 학계는 진주목걸이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하지만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일로(一路)인 해상 실크로드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다극화하려는 중국 전략 중 하나다.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보는 중국 위협론을 중국 부상으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운명체론으로 바꾸는 것이 해상 실크로드 구축 배경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일대(一帶)인 육로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동반자협정(RCEP), 중국-아세안 FTA 업그레이드,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경제도로, 중국-파키스탄 경제도로, 중국-몽골-러시아 경제도로 등 중국이 종(縱)과 횡(橫)으로 전방위적인 지역 일체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안화 국제화 가속 … 영해권 분쟁이 암초

해상 실크로드의 부흥은 3개 항로에 걸쳐 추진되고 있다. 중국 남해에서 아세안이 주축인 동남아에 이르는 항로를 비롯해 스리랑카·인도·이란·쿠웨이트 등 12개국을 지나는 남아시아 및 페르시아만 항로, 예멘·수단·케냐 등 9개국을 잇는 홍해와 인도양 서안 항로가 그것이다.

시 주석은 5통(通)원칙으로 정책·도로·무역·화폐·민심을 통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화폐의 유통은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높여줄 전망이나 21세기 실크로드가 장밋빛 탄탄대로는 아니다.

중국-인도 간 국경지역 분쟁 문제는 지속되고 있어 근래 인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중국을 파키스탄 다음의 주요 위협국으로 지목했다. 남중국해에서 베트남·필리핀 등과의 영해권 분쟁은 눈에 보이는 암초이며 중국의 자본·기업·노동자가 해외에 함께 몰려가면서 위협을 키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의 현명한 대응전략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이니셔티브 추진배경은 ① 고속성장에서 중저속 성장 시대로 진입한 뉴노멀(新常态; New Normal)시대의 성장률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② 중국 내 지역간 균형발전 촉진 ③ 안정적인 에너지 수입원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소위 중국판 ‘마샬정책’과 중화제국의 부활이라 여기는 주변국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이 AIIB 설립을 주도하자 국제사회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중국은 ‘일대일로’에 대한 연선국의 호응을 유지하고, 주변국의 의구심과 경계심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일대일로 전략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대한 중국의 정치·외교·경제적 대응전략의 성격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음에 따라 정치·외교적으로는 미국의 동맹국 입장이며, 경제적으로는 날로 심화되고 있는 한중 간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 입장인 한국으로서는 현명하고 정교한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따른 국제운송회랑 건설 및 확충은 한국이 한반도-동북아-유라시아 대륙으로의 접근성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동시에 중국의 동북3성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발전 잠재력을 높여준다.

동북아 지역에서 ‘일대일로’ 전략은 낙후지역 개발과 신성장동력 발굴, 초국경 개발, 한반도 긴장 완화 및 동북아 협력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므로 한⋅중 양국은 ‘일대일로’에 따른 물동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교통⋅물류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양국이 교통물류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의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강화되어야 한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따른 국제운송회랑 구축은 한국과 일본, 러시아와 유럽/미국을 연결하는 베세토튜브와 글로벌 튜브망과 연결될 때 완전한 형태를 갖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일대일로’ 전략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한⋅중 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

한⋅중은 ‘일대일로’와 ‘베세토튜브 이니셔티브’를 연계해 양 구상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일대일로’에 따른 물동량 확대에 대처하기 위해 현재 한⋅중 양국이 활용하고 있는 교통⋅물류 네트워크⋅인프라는 강화되어야 한다.

‘일대일로(一带一路)’ 전략에 따른 국제운송회랑구축과 ‘베세토튜브’의 실현은 동북아에서 해양과 대륙이 연결되어야 완성된다는 점에서 중⋅한⋅일 3국 협력이 요구된다. 한국은 근대적 세력균형의 정치를 지역공동체의 정치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동북아 지역의 다자협력질서를 창출하는 연성변환자(soft transformer)나 미국과 일본의 ‘아시아-태평양’과 중국 대륙의 가교(bridging) 역할로 한중일 각국간의 숙적관계에 따른 긴장을 해소하고 동북아 공동체의 밑그림을 그려 다양한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의 새로운 도전과 베세토튜브 및 글로벌 튜브망 구축은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지구공학적 차원의 공공재로 21/22세기 세계질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 모두가 세계 안보와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 그들의 정당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건설적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한다.

Post Author: beseto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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